여행

북큐슈 여행기 - 11 : 나가사키(2)

zzun 2010. 7. 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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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 여행기를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사진들을 꺼내어 보니 신기하고, 내가 저기를 갔던가 싶기도 하다.

나가사키 시내를 다니는 전차가 3개 노선이 있는데 나가사키역에서 북쪽의 마츠야마마치(松山町)로 가려면 3호선을 타면 된다.
구마모토에 이어 두 번째로 타는 전차. 역시나 올드한 느낌이라 좋다.


Google Maps



내부는 버스와 유사하며 구마모토의 전차와 거의 같은 구조였다.
서 있는 사람은 가운데보다 주로 양끝에 서는 편이고,
하차는 정차벨을 누르고 나서 전차가 완전히 멈춰 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내린다.
차가 서기도 전에 먼저 일어나는 사람은 한국 사람 ㅋㅋ



내가 내렸던 역이 마츠야마마치역이었구나.
때로는 펜을 꺼내서 메모하는 것보다 셔터를 누르는 게 더 편하다.



평화공원.
2차 세계대전 당시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원폭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사흘 간격으로 있었던 원폭 투하는 전쟁을 끝내기는 했지만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일본이 스스로를 전쟁의 피해자로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줬다는 점에서 그다지 옳은 선택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저렇게 원폭의 잔해가 있는 넓은 공원에 각 나라에서 기증받은 조각상이나 작은 건축물 등을 전시해 놓았다.
모두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작품들이고,
저 스머프 같은 아저씨는 공원 정면에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는 조각상이다.
오른손은 핵무기의 위협을, 왼손은 세계평화를, 그리고 지그시 감은 눈은 희생자에 대한 추모를 상징한다고 한다.




공원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조용하고 한적했다. 누가 평화공원 아니랄까봐.





중국인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묘비다.
공원 어딘가에 한국인(조선인이라고 써있다고 함)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비석이 있다길래
더운 날씨에 땀 뻘뻘 흘리며 돌아다녔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검색해보니 찾기 어려운 곳에 숨어 있다. 참고: http://blog.ohmynews.com/historyseek/199305)



결국 더위와 배고픔을 못참고 편의점에서 사두었던 삼각김밥을 뜯었다.
여행 중에는 아침은 싸고 간편하게, 저녁은 그 지역의 소문난 음식점에서 맛있게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은 시간을 보니 이 때가 벌써 오후 두 시였구나.



이 유벽(?)은 원폭... 어쩌고 저쩌고.
This remain shows a part of the wall which surrounded the Urakami Branch of Nagasaki Prison which was located here when the A-bomb exploded.
... 그렇다는군.

나가사키는 히로시마와는 달리 산지가 많아 피해는 적었다고는 하지만 사망자는 7만명에 달한다(한국인은 1만명 이상 추정).
폭발과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 피부의 절반 이상에 화상을 입은 사람들,
목이 말라 강물을 마시며 죽어간 사람들, 그리고 아직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
내가 서 있던 곳에서 50년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평화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우라카미 천주당'이라는 성당이 있다.
저기 멀리 보이는 붉은색 건물.

날씨는 덥지만 동네 구경하면서 걷기에 딱 좋은 거리다.






워낙 더운 지역이다보니 아이들이 바지만 입은 채로 거의 샤워를 하고 있다.
낯선 남자가 카메라를 들이대는데도 해맑게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

"둘셋~ (찰칵)"
"이 사진 내일 신문에 나와요?"
"아니."
"그럼 책에 나와요?"
"아니, 안나와. 어쨌든 고마워~"
"고맙습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다니니 기자라도 되는 줄 알았나보다.
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시 물풍선을 가지고 신나게 논다.



우라카미 천주당.
원래 천주교도들이 몰래 거주하던 우라카미 지역에 1914년 드디어 완성된 성당. 당시에는 동양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평화공원 자리에 있던 감옥이 박살났듯이 이 성당도 원폭투하 후 벽의 일부만 남았고 현재는 1959년에 재건된 건물이다.




검게 그을린 것은 모두 원폭의 잔해인 듯 하다.



아무생각 없이 성당 뒷문으로 들어가서 정문 쪽으로 걸어오면서 한 컷 찍었는데
관리하는 아저씨가 사진 촬영하면 안된다고 나오라고 하신다.
알고보니 정문으로 들어가서 성당 입구까지만 출입이 가능한 구조였는데 내가 뒷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어쨌든 덕분에 건진 한 컷.



평범한 놀이터처럼 보이는데 도시공원법에서 규정된 금지행위들을 이렇게 팻말에 적어놨다.



성당에서 나오니 아직까지 그 자리에서 놀고 있다.
렌즈도 삼식이로 바꾸고 제대로 찍어주려고 하니까,
옆에 있던 아이가 방해한답시고 물풍선에 있던 물을 뿌린다.




신문에도 책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지만 서로 찍어달라고 난리다.
도쿄였다면 수상한 사람이 사진찍는다고 경찰에 신고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디보자...
평화공원이랑 우라카미성당은 봤고, 박물관이나 기념관은 재미없을 것 같고,
'원폭낙하중심지, 350미터'
여기나 가봐야겠다.




저 곳이 바로 원폭낙하중심지.
1945년 8월 9일 11시 02분.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이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에 대해 무감각하듯이,
일본의 젊은 세대들도 원폭의 피해를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둘러보는 동안 외국인이나 어르신은 꽤 있었지만 젊은 일본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긴 주말에 이런 시골까지 누가 오겠냐만은...

아직 나가사키 남쪽에도 둘러 볼 곳이 많다.
여기는 이쯤에서 패스~

(계속)


ps.
유럽여행날짜가 다가오고 있어서
빨리 여행기를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좀 많이 붙였다.
나가사키 이야기를 한 편 더 쓰고,
마지막 날 마무리하는 이야기로 한 편 더 쓰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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